Deal • 오피스
디타워 돈의문 방 빼겠다는 DL …왜?
재무 안정성 위주 보수적 경영 전략이 배경
DL, 원점에서 재검토 지시에 디타워 돈의문 임차 기간 연장 없던 일로 된 듯 수익성 위주 경영 전략에 비용 절감이 DL 경영 최대 화두 부채 비율 업계 최저 수준으로 재무 안정성 좋지만 올해 도시 정비 사업 수주 '0'..리스크 관리 모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디타워 돈의문 매각 프로세스에 비상등이 켜졌다. 매도자인 마스턴투자운용이나 우선협상자인 NH농협금융그룹 모두 전체 오피스 면적의 75%를 사용하고 있는 DL그룹의 임대차 연장을 가정하고 딜을 추진해왔는데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2025년 12월 말이 임대차 계약 만기인 DL그룹이 연장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임차 만기 2년 연장이 딜의 전제 조건이었던 만큼 딜 프로세스 진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DL그룹 내부적으로 디타워 매각 및 임차 등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에는 비용 절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DL그룹이 비용 절감을 모든 의사 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디타워 돈의문 매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금까지 디타워 돈의문 매각 프로세스 진행의 전제 조건이 모두 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위축… “비용 더 줄여라”
DL이앤씨는 지난해 기준 시공 능력 6위의 1군 건설사지만 분양 경기 부진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까지 호조를 이어온 국내 분양 경기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고금리 기조와 공사 원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분양 시장 전반의 본격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 년 간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을 늘린 DL이앤씨로서는 분양 시장 부진의 장기화는 분명 악재다. 연결기준으로 DL이앤씨의 건축사업내 주택 매출비중은 지난 2015년 34.2%에서 2023년 63.8%로 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 부진 속에 주택 신규 공급이 지연되는 가운데, 올 2분기 중 분양을 진행한 현장들의 청약 실적도 다소 저조한 모습이다.
2022년부터 주요 자재 가격 강세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급액 증액이 쉽지 않은 민간 주택 공사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공사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주택사업장의 준공 정산 과정에서 손실을 인식해 연간 영업이익은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은 반등하지 못하고 더 감소해 전년 동기보다 42.3%나 줄었다. 2021년에 연결 기준으로 12.5%에 달했던 영업 이익률도 지난해 4.0%로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DL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아예 하지 않았다. 지난해 누적 수주액 2조 3274억 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도시정비 부문 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손을 뗐다. 주택 부문의 구조조정도 검토 중인 가운데 이 부분 인력을 3분의 1 수준까지 줄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임원도 줄었다. 주택과 토목 부분의 임원이 주로 타깃이 됐다.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 증가가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PF보증 확대 속 현금성 자산만 2조원 상회.. 재무안정성 ‘우수’
PF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DL이앤씨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PF보증이 8716억원(도급사업기준)으로 늘었다. 효제동 오피스텔(1150억원), 대전 세이백화점 부지(500억원), 해운대 중동 공동주택(950억원), 천안 업성동 도시개발(650억원) 등 예정 사업장에 대한 PF보증이 신규로 일어났다. 자회사 DL건설이 시공하던 안양 물류센터(1970억원), 이천 군량리 물류센터(1220억원) 등에도 신용 공여가 이루어졌다. 효제동 사업은 지난 6월 본PF로 전환된 가운데 보증규모는 3200억원으로 늘었고, 시행법인에 추가로 대여금을 지급했다.
PF 규모가 늘었지만 현대건설과 비교하면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도급사업의 PF보증규모는 5조 8150억 원에 달한다. 도급사업 가운데 미착공 비중이 83%에 달해 현대건설의 재무 리스크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비사업의 PF보증 규모도 현대건설은 4조917억원에 달한다.
DL이앤씨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103.3%이다. 현대건설(130.4%), 대우건설(191%), GS건설(251.5%) 등과 비교해 재무 안정성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110억 원, 순현금 보유액은 8505억원에 달해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타워 돈의문 매각과 관련해 비용 요인에 따른 원점 재검토는 아마도 DL 그룹 수뇌부에서 나온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보수적인 기업 경영이 특징인 DL그룹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앞으로 건설 경기 위축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 전반에 주는 함의가 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