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매물은 늘어나는데…뚝 끊긴 매기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

2024-09-26 08:35:40이현중hj.lee@corebeat.co.kr

쌓이는 대형 딜

서울 오피스시장에 온기가 돌지 못하고 거래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통화정책의 피벗 속에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 확산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시장의 흐름은 딴 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클로징을 앞둔 딜이 갑자기 무산되는가 하면 매도 쪽에서 물건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매물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이 매물로 내놓은 예상 매각가 7500억 원 대의 남산스퀘어는 지난 9일 입찰이 진행됐다. CBRE코리아와 삼정KPMG가 주관사로 현재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 여러 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가운데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안을 놓고 KKR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구체적인 결정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지난 2019년 KKR이 매수한 남산스퀘어는 수평증축의 무산으로 밸류애드가 여의치 않았던 데다 고금리 환경까지 겹치면서 팔아야 할 자산으로 분류돼 매수 후 2년 만인 2022년 시장 매물로 나왔고 새로운 주인 찾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상 매각가 1조 5000 억 원대로 올해 최대 규모 거래인 서울파이낸스센터(SFC)는 이달 들어 CBRE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티저 레터(Teaser Letter, TM)를 만들고 있는 단계다. 매각 측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현재의 타이트한 유동성 상황을 고려, 인수대상자로 나설 만 한 잠재 후보군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해 제한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GIC는 지난 4월 SFC 옆에 위치한 더익스체인지서울(TES)을 코람코자산운용 컨소시엄에 2350억원(평당 2640만원)에 매각한 후 이번에 훨씬 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높은 SFC 매각에 나선 것이다. 광화문 일대 프라임 오피스 매매 가격으로 거론되는 평당 4000만원을 적용하면 1조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거래다. 시장에서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SFC 거래가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강남파이낸스센터(GFC)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운용을 선정한 예상 매각가 4500억 원 대의 코레이트타워는 현재 매도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우선 매수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GBD 지역 내 최고가 수준의 매각가에 우선 매수권을 행사할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우선협상자 선정 불발... 클로징 앞두고 무산되기도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케이스퀘어강남2' 빌딩은 최근 매각 입찰 과정에서 우선협상자 선정이 불발됐다. 몇 곳의 응찰자를 대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리츠 투자자의 반대로 우선 협상자 선정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 측에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가격 수준의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이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했던 서울 중구 본사 '대신343' 딜도 최근 무산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최종적으로 깨졌다. NH아문디운용의 투자자 모집이 지연되면서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든자산운용이 보유한 정안빌딩, 케펠자산운용의 T타워 등도 매각 작업이 보류된 상태다. 을지로3가구역 1·2지구를 오피스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삼성SRA자산운용과 진행하던 선매각 협상이 최근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된 끝에 이번에는 삼성SRA자산운용이 매수처로 나서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번에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올해 트로피에셋 가운데 상징적 매물로 꼽히는 디타워 돈의문은 앵커테넌트 DL의 임차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거래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당초 2025년 12월의 임차 만기가 2년 정도 연장될 것을 전제로 매각자인 마스턴운용과 우선 협상 대상자인 NH농협금융지주간 협상이 진행됐지만 DL이 임차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장기적인 오피스 시장 조정 대비

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의 거래 침체의 원인에는 권역 별로 차이가 있다. 강남업무지역(GBD)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공간 임차가 가능한 신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제한적인 가운데 매도자는 평당 4500만원 내외의 호황기 가격을 받길 원하지만 매수자 쪽은 미래 가격 전망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반해 도심업무지역(CBD)은 매각 물량이 쌓이고 있는 점이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딜이 무산되거나 보류된 딜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매각이 진행될 서울파이낸스센터, 크레센도빌딩 등도 CBD지역에 위치해 있다. 향후 공급될 신축 물량에 대한 경계 심리도 있다. 공평지구, 세운지구, 서소문지구, 서울역세권 등 앞으로 공급될 물량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초과 공급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금리하락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유동성이 현저히 줄어든 시장상황에서 공급 과잉 우려까지 더해져 단기적으로는 매물소화가 어렵다”면서 “외국계 투자자의 경우 오피스 섹터 자체에 대한 우려로 사실상 매수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임차수요를 동반한 전략적투자자가 나타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형 빌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