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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공개매수 결정…신세계건설 어떻게 되나

이마트, 신세계건설 95% 지분 확보 후 상장폐지 의결 계획 공개매수 앞서 신세계 건설, 유동성 1조 원 확보

2024-09-30 08:38:45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이마트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신세계건설 주식의 공개매수 건을 승인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신세계건설 기명식 보통주식 212만661주(발행주식 총수의 27.33%)를 공개 매수한다.


(출처: 이마트 제공)


코스피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대주주가 지분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지분을 모두 취득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46만8461주70.46%)를 합쳐 발행주식총수 97.8%를 확보하게 된다. 나머지 17만1432주(2.21%)는 신세계건설 자사주다.


이마트는 공개 매수로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11월 중 신세계건설 주주총회를 소집해 자발적 상장 폐지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앞서 신세계건설 유동성 1조 원 확보

매수가는 주당 1만8300원이다. 이사회 의결 전 26일 종가(1만5370원)보다 19%가량 높은 액수다. 총매수대금은 388억여원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신속하게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상장 폐지를 하고 나서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 보지 않고 회사 측의 판단에 따라 맘대로 경영 상의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여파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주력인 이마트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 규모는 2500억원에 달했다. PF 부실의 여파로 신세계건설은 2022년 1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65% 급증한 187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다른 자회사들을 동원해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말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며 6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올 2월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레저사업부문(골프장, 아쿠아필드) 일체를 넘겼다. 양수도대금은 2078억 원이었다. 영랑호리조트는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였고,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이마트가 지분 99.97%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또 6월에는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신세계건설의 65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지원했다. 만기가 30년으로 설정된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본확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로써 신세계건설은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해 말 1조2587억 원이었던 자산은 올 상반기 말 1조8122억 원으로 44% 증가했다. 부채는 1조1418억 원에서 1조806억 원으로 5.4% 감소했고, 자본은 1170억 원에서 7316억 원으로 6.3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976.2%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147.7%로 대폭 낮아졌다.

“별도 법인 유지”…신세계프라퍼티에 흡수될 가능성도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지분을 100% 확보해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수익성에 중점을 둔 사업구조 재편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저금리 시기에 PF 투자 사업을 확장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구, 부산 등 사업장의 미분양이 급증하며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특히 대구 북구 칠성동 258세대 주상복합 ‘빌리브 루센트’, 대구 달서구 본동에 지은 520세대 주상복합 ‘빌리브 라디체’ 등은 분양률이 20~3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일단 신세계건설을 별도 법인으로 유지하며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이 추후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현실화 돼 또다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감자를 통해 자본 건전성을 제고한 뒤 신세계 프라퍼티에 흡수합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반기 말 현재 1조8122억 원에 이르는 신세계건설의 자산에는 매출채권 5079억 원, 미수금 652억 원, 미청구공사금액 217억 원이 포함돼 있다. 매출채권 가운데 실제 받을 수 있는 채권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신세계건설은 이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하나도 쌓아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