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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팔아라”... 쪼그라드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더에셋, 리츠 만기 연장 대신 '매각' 퍼시픽타워, 내년 3월 만기 앞두고 서둘러 매각 추진

2024-10-02 07:48:06이현중hj.lee@corebeat.co.kr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주택도시기금이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처분에 나서고 있다. 기금의 여유 자금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사용할 곳은 늘어나고 있어 유동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가입자의 예금과 주택 구매 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등으로 조성된다. 하지만 청약 통장 가입자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주택거래가 줄면서 국민주택채권 발행 규모도 줄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인 신생아 특례 대출과 전세 보증금 대위 변제액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23년말 20조2280억원이던 여유자금은 올 1분기 17조7199억원, 2분기에는 15조807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여유자금은 2021년 45조410 억원, 2022년 43조647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 2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대체시장 큰 손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대체 투자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주택도시기금은 사업에 투입한 뒤 남은 여유 자금을  주식과 채권, 대체 시장에 투자한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부터 외부 운용 기관에 투자 업무를 위탁했으며, 대체 투자 분야는 2016년부터 위탁운용을 시작했다.


첫 위탁 운용기관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첫 투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코크렙 36호)를 통해 인수한 '센터포인트 광화문'이며 주택도시기금은 542억원을 투입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 '안양 평촌G스퀘어'에도 1500억원이 들어갔다. 2017년에는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를 인수할 때 중순위 대출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을지로 시그니처타워에도 800억원이 들어갔다.


2018년에는 서소문 퍼시픽타워 투자에 1900억원, 더에셋(구 삼성물산 서초사옥)에 3700억원이 투자됐다.

보유 자산 매각 나서다

주택도시기금이 투자한 오피스 빌딩이 하나 둘 시장에 나오고 있다. 올해 최대 거래로 기록된 더에셋 매각이 대표적이다. 더에셋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코크렙43호 리츠를 통해 투자한 자산으로 주택기금 여유자금 3700억원 투입됐다. 이 리츠는 존속기간이 2025년 말이지 만 빠른 매각을 통해 거래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1조1042억 원으로, 주택도시기금은 매각 차익(1400억원)과 과거 배당을 포함해 약 200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리츠 투자자 가운데 발언권이 큰 주택도시기금이 리츠 만기 연장이 아닌, 매각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서소문 퍼시픽타워도 최근 매물로 나왔다. 페블스톤 자산운용이 2018년 4300억원에 인수할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주택도시기금이 1900억 원을 투자한 자산이다. 펀드 만기는 2025년 3월인데, 최근 자문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제는 엑시트가 최대의 관심사”라며 “필요 자금은 많지만 자금 유입이 줄고 있어 결국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