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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꼬여버린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의 오피스 전환

건축 인허가권 쥔 구로구청장은 갑자기 퇴임, 내년 4월 보궐선거 서울시, “구로구청과 지역 주민 편의 등 고려해 진행하겠다” 케펠자산운용은 디큐브시티 오피스 2동 매각 추진

2024-10-16 08:23:57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폐점하고, 오피스로 전환하는 개발 사업이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건축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구로구청장이 보유 주식의 백지신탁 이슈로 갑자기 사임하면서, 구청 인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 지하 연계 복합건물의 용도 변경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구로구청을 넘어서 서울시가 개입하게 됐다.


이지스는 지역 주민들과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리모델링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편, 디큐브시티 오피스 1,2 동을 보유한 케펠자산운용은 예정에 없던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이지스의 선택이 주목된다. 


구로구청장 돌연 사퇴로 건축 인허가 늦어질 듯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1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 청장은 ‘문엔지니어링’ 보유 주식의 백지신탁 결정을 거부하며 제기한 법원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다. 문엔지니어링은 1990년 설립된 IT설계, 컨설팅, 감리 기업이다. 2023년 매출액 350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204억원 적립된 알짜 회사다. 문 청장은 지분 4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백지신탁은 국회의원과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구청장 등이 보유한 주식이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식을 매각 또는 금융회사를 비롯한 수탁기관에 맡기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매각 보다는 수탁기관 위탁을 선택하는데,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된다. 행정안전부는 문엔지니어링이 오랫동안 구로구에서 사업을 운영했고, 구청장이 다양한 건축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문 청장이 주식을 백지신탁해도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사퇴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구로구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부(副)구청장이 구청장 권한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권한 대행은 선출직이 아닌 직업 공무원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은 후임 구청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결제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의 현대백화점의 오피스 전환 인허가도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구로구청과 협의해 진행하겠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5일 열린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서 “디큐브시티가 분양 당시 원스톱(one-stop) 주거문화 상업공간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호텔은 오피스로 바뀌었고 백화점도 오피스로 바뀔 계획이어서 많은 갈등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하 연계 복합 건물이 리모델링이 될 경우, 이를 조율하는 법이 없어 갈등과 논란을 빚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정석우 이지스자산운용 리얼에셋 부문 대표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 부시장은 이에 대해 “지역 활성화와 주민 편의 등을 고려해 구로구청과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건축 인허가는 구청 관할 사안이지만, 디큐브시티 복합 개발 당시 인가를 내준 서울시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정석우 이지스자산운용 리얼에셋 부문 대표는 국정감사에 “지역 주민과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답변했다. 


케펠, 예정에 없던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각

케펠자산운용은 최근 디큐브시티 오피스 2개 동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을 오피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케펠의 동의가 필수인데, 케펠은 아직까지 이지스에 동의서를 보내주지 않고 있다. 케펠의 오피스 매각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다.


외국계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오피스 전환 이슈가 불거진 이후에 케펠이 서둘러 자산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디큐브시티는 여러 이슈가 걸려있는 자산이어서 현실적으로 이지스 이외 다른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지스자산운용이 디큐브시티 오피스 2개동까지 인수해 관리단 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규모 오피스 타운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오피스 2개동 인수를 위한 투자자 모집이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