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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다...신탁 자회사 부실에 신한금융지주 멍든다
신한금융지주, 올해만 유상증자-영구채 인수로 2500억원 지원 후순위 대출인 신탁계정대 이미 3000억원 넘어 책임준공 확약형 토지신탁 판매에서 부실 급증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신한자산신탁의 부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호황 시절에 계열사 영업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활용해 크게 수익을 얻었던 책임준공 확약형(이하 책준형) 신탁 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행사 및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신탁사가 먼저 자금을 투입한 신탁계정대가 크게 급증하고,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면서 대주단으로부터 PF 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손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신한자산신탁은 올해만 2500억원을 지주회사에서 지원받았다. 앞으로 부동산 PF 정리 작업이 빨라지고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이 가중되면,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자산신탁, 개발 경험 부족으로 차입형 아닌 책준형 신탁 판매에 집중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아시아신탁’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회사명을 ‘신한자산신탁’으로 바꿨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한은행의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와 ‘신한’ 브랜드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M/S)은 2019년 5.5%에서 2023년 9.0%로 늘어났다. 핵심 성장 동력은 책준형 신탁으로,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를 대상으로 책임준공을 확약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전통 신탁사들은 실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 진행하는 차입형 신탁 상품을 해왔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은 부동산 개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사실상 공사비 지급 보증과 비슷한 책준형 판매에 주력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도 잘 되고,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는 사례도 별로 없어 신탁사의 효자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골칫거리로 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3년부터 신탁계정대 급증하며 대규모 손실
신한자산신탁은 2022년 영업이익 971억원, 순이익 736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각각 696억원, 534억원으로 줄었지만 탄탄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1~6월)에는 1750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한꺼번에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시행사 및 시공사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신탁사가 공사 진행을 위해 먼저 돈을 빌려준 신탁계정대가 2022년말 575억원에서 2023년말 2095억원, 2024년 3월말 3111억원으로 급증했다. 차입형 상품의 신탁계정대는 선순위 대출로 분류된다. 하지만, 책준형 상품은 PF 대출에 비해 후순위이어서, 지금처럼 준공 이후 매각 대금으로 PF 대출금 갚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책준형 신탁의 부실이 급증함에 따라, 신한금융지주는 5월에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1000억원을 인수했다. 다시 10월에는 영구채 500억원과 유상증자 1000억원을 지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시한폭탄은 책임 준공 기한 넘긴 사업장의 PF 대출 인수 관련 소송
신한자산신탁은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경기도 안산시 시화MTV 반달섬 9-1 등 총 56건의 토지신탁사업의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가 미(未)이행됐다”며 “2023년말 기준으로 해당 사업장에 투입된 PF대출금액은 1조5202억원”이라고 밝혔다.
PF대주단은 이미 책임준공 의무 위반을 이유로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경남 창원시 산호동 멀티플렉스 신축 사업 관련해서 523억원, 4월에는 경기도 안성과 평택의 물류센터 신축 사업 관련해서 86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주단은 PF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신탁사에게 대출 원리금 전액 인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신탁사는 “책임준공 기한 초과로 인한 손실만 배상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의 책준형 관련 손실은 소송 결과에 따라 수천 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모회사인 금융지주사가 100% 책임지는 형태여서 자금지원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