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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리테일,'강남 e스퀘어' 비싸게 리츠에 매각 논란

구분소유에 낙후된 외형으로 매각 번번이 실패 역사상 최고수준인 20%의 강남 상권 공실률도 자산 가치 끌어내려 인수 금융 조달 만만치 않아...이랜드리테일 상당 규모 보통주 투자 나서야 할 듯

2024-10-25 08:08:40이현중hj.lee@corebeat.co.kr

이랜드리테일이 강남대로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을 새롭게 설립하는 계열 리츠(REITs)에 매각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분 소유의 복잡한 권리 관계로 리모델링이 쉽지 않은 데다 강남 상권 침체로 자산 가치도 떨어져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매물을 고가에 계열 리츠에 떠 넘긴다는 비판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에 위치한 자사 소유 강남 e스퀘어를 매각할 예정이다. 매수처는 '이리츠코크렙제1호위탁관리자부동산투자회사'로 매각 가격은 1900억 원 가량이다. 



구분소유에 낙후된 쇼핑몰…이랜드리테일 보통주 상당 규모 투자해야 할 듯

강남 e스퀘어 빌딩은 이랜드 주력 SPA 브랜드 스파오를 비롯해 로엠, 후아유, 미쏘, 슈펜 등의 브랜드가 다수가 입점해 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연면적은 5589평이다. 


준공된 지 24년이 지난 건물로 전면부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폐쇄적인 외관에다 천장이 낮아 공간이 비좁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F&B 관련 매장이 건물 뒤쪽에 집중되어 있지만 후면부 구조가 유동인구 접근이 쉽지 않은 형태로 되어 있는 것도 단점이다. 


노후화로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구분 소유가 걸림돌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준공 초기 583개 호수로 나눠 개인에게 분양해 소유권이 나눠져 있다. 구분 소유 구조는 리모델링 같은 대규모 작업을 수행하는 데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개별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해 합의 도출도 힘들다. 


건물의 구조적 단점 때문에 여러 차례 있었던 매각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2022년 한 운용사가 투자자를 모집해 구분 소유 지분 인수와 리모델링을 통한 밸류애드(Value-add)를 노렸지만 자금 모집에 실패하기도 했다.  

 

복잡한 구분 소유, 낙후된 외형, 쉽지 않은 리모델링 등으로 매각이 쉽지 않자 이랜드리테일은 결국 리츠 카드를 꺼내 들어 '이리츠코크렙제1호위탁관리자부동산투자회사'에 고가에 매각한 것이다. 기존 상장 기업구조조정(CR)리츠인 이리츠코크렙 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이 이 리츠의 운용사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인수 금융 조달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상장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의 투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자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필요하지만 부실 자산 매입이라는 비판에 안건 통과가 쉽지 않다. 


1900억원 가운데 담보인정 비율(LTV) 내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760억 원을 소화할 주주를 모집해야 한다. 우선주 모집은 이랜드리테일이 상당 규모로 보통주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 중반 정도로 추정되는 배당률에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수 있어 결국 이랜드리테일은 매각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보통주로 출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오피스 담보대출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며, 대출가능 금액도 단일소유 건물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인수 금융의 구조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실률 20% 강남 상가 공실률…. 자산 가치 좋아질 가능성 크지 않아

지난해부터 서울 주요 도로변 상권의 매출은 코로나 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강남 상권은 여전히 부진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 상권의 공실률은 강남 상권이 형성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20%에 달해 5~6% 수준 이던 코로나 이전보다 4배나 높다. 


메디컬 업종의 매출이 회복 흐름이지만 서비스 매출은 2019년에서 반 토막 수준이고, 소매업 또한 마이너스 폭이 30% 가깝다. 강남 e스퀘어가 소매와 서비스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건물 가치와 임대 수익이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의 강세가 소비의 구조적인 변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도 더현대와 스타필드와 같은 'Destination Consumption'이 소비자들의 선호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강남 상권 회복에 부정적 변수다. 또한, 기후 위기가 가져온 극단적인 기온 변화도 악재다.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오프라인 상점 방문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강남 도로변 상권의 불황이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여 이 건물의 가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시장에 팔리지 않는 경쟁력 없는 자산을 리츠에 떠넘기는 것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기고, 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