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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책임준공 약정 위반시 채무 인수 아닌 지체 보상금”

공사 기간 연장도 천재지변 이외 다른 조건 추가 건설업계, 책임준공 확약 리스크 줄이기 나서 PF 대주단, “리스크 증가한 만큼 대출 금리 올려야”

2024-11-05 08:37:58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그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책임준공 확약 조건이 채무 인수에서 지체 보상금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DL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 건설사들은 공사 수주를 위해 잠재 리스크가 큰 책임준공 확약 조건을 수용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상당한 자금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에 책임준공 확약을 받아들이지만, 손해 배상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PF대주단은 책임준공 약정 위반시 손해배상 범위를 축소하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 책임준공 미(未)이행 손해 배상은 지체 보상금 지급으로 축소

10월초 시행사 ‘숲이랑코퍼레이션’은 충남 천안시 업성동 465-6번지 일대 성성 호수공원 아파트 신축 사업에 필요한 PF 1850억원을 조달했다. 시공사로 참여한 DL이앤씨는 책임준공 약정 미행시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26개월 범위 내에서 준공 지연시 대출 이자를 지급하는 지체 보상금 조건을 달았다. 일반적인 책임준공 확약은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면 시행사 대출 원리금 전체를 인수하는데, 지체 보상금으로 책임 범위를 크게 줄인 것이다. 

DL이앤씨는 지난 6월에도 서울 종로구 대학로 28 효제동 오피스 개발 사업의 PF를 조달할 때에도, 시공사의 책임준공 준수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일반적으로 예외 조건은 태풍과 홍수 등 천재지변과 전쟁, 내란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설계 변경, 파업과 문화재발견, 근로시간 단축, 감염병(코로나 등), 미세먼지 줄이기 비상 조치 등을 공사기간 연장 조건으로 넣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DL그룹이 전사적인 비용절감과 리스크 관리를 추진하면서, 책임준공 확약의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현대건설을 비롯한 다른 건설사도 같은 추세지만, PF대주단과의 협상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건설사/부동산 신탁사는 손해배상 범위 축소 요구…대주단은 금리 올린다고 맞서

건설업계는 그동안 PF대주단의 책임준공 확약 계약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며 국토교통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시 PF 원리금 전체를 인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를 상대로 책임준공 확약 신탁 상품을 판매해온 부동산 신탁회사들도 “대출금 전체가 아니라, 준공기한을 넘겨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에도 교보증권을 포함한 14개 대주단이 세종시 어진동 665 일대 호텔, 컨벤션 건축 사업과 관련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총 대출금 658억원(연체 이자 별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PF 대주단의 입장은 다르다. PF 리스크가 높은 만큼 책임준공 확약 의무가 축소되면,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많이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DL이앤씨의 천안 성성공원 사업장은 하나자산신탁이 차입형 신탁으로 주도하며, 하나증권이 주간사를 맡아 협의가 그나마 순조로웠다. 


대주단 고위 관계자는 “시공사와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은 PF리스크를 줄이는 수단이어서 대출금리와 연계돼 있다”며 “이런 안전 장치가 사라지면 대출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