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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리얼에셋 투자한 벨기에 오피스, 반값 강제 매각 당해

대출금 LTV 60%→80% 초과, 대주단 6월 EOD 선언 자문사로 CBRE 선정, 벨기에서 이례적으로 50% 폭탄 세일 국내 공모.사모 투자금 894억 100% 손실

2024-12-20 08:03:02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투자한 벨기에 정부 청사 99년 임차권이 현지 대주단에 의해 반값에 매각됐다. 대주단은 지난 6월 현지 대출금의 담보인정비율(LTV)이 80%를 넘어가자, 대출 계약에 따라 기한이익 상실(EOD)을 선언하며 강제 매각에 나섰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공모/사모를 통해 894억원을 투자했으나,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2023년 벨기에 상업용 부동산 위기 발생 이후 첫 폭탄 세일 (Fire Sale)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벨기에 다운타운-스트라코 (Downtown-Straco) 컨소시엄은 벨기에 정부건물관리청(RDB)이 입주해 있는 ‘투아송도르’ 빌딩의 99년 장기임차권을 약 7000만 유로(약 1050억원)에 매입했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2019년 6월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를 조성해 이 빌딩의 장기임차권을 1억4600만 유로(약 1898억원. 1유로=1300원 기준)에 매입했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담보인정비율(LTV) 60%로 선순위 726만 유로 (약 944억원), 중순위 145만 유로(약 189억원)를 금리 1.2%에 대출 받았다. 

선순위 대주단은 지난 6월 “LTV 80% 초과시 EOD 발생” 조항에 따라 대출 상환을 요구했으나 한투리얼은 갚지 못했고, 담보권 실행 유예를 요청했다. 유럽의 시장 금리 상승으로 오피스 및 장기 임차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LTV가 80%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한투리얼에셋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선순위 대주단에 포함된 영국 금융회사 로스세이(Rothesay)는 지난 10월 CBRE를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해왔으며 이번에 매각된 것이다. 


기준 금리 내려가면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는 막연한 기대에 찬물

한투리얼에셋이 투자할 당시 빌딩 임차율은 100%, 계약 기간 만료는 2030년 12월말이어서 공실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 금리 상승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벨기에를 포함해 유럽 오피스 가격은 폭락했다.


한투리얼에셋은 2023년말 감정가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4년 3월말 운용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EOD 가능성을 언급했다. 회사측은 지난 5월 펀드 만기를 2029년으로 연장하며, “유럽의 기준 금리 인하 추세에 맞춰 자산 가격이 회복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유럽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가격은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책 금리가 내려가면 시장 금리도 내려가고,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한국과 달리 해외 금융회사는 손실이 발생해도, 일단 팔아서 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