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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이전 마곡 원그로브 명목 임대료 3.3㎡ 당 23만원

임차인 인센티브 고려한 실질 임대료는 18만 원까지 내려갈 듯 서울 CBD 주요 프라임 오피스 임대료 절반 이하 수준 경기 침체에 마곡지구 내 대형 오피스 공급 몰린 탓 DL그룹 본사 이전은 높은 임대료 인상 요구가 원인

2025-01-03 08:37:05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DL 이앤씨(E&C)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로 연내 이전을 확정한 가운데 명목 실질 임대료(E.NOC)는 23만 원(3.3㎡ 기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 및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 임차인 인센티브(TI)와 임대료가 면제되는 공사 기간 등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한 실질 임대료는 18만 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울 도심업무지구(CBD) 주요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원그로브는 서울 서부 지역의 발전 거점지역을 목표로 조성되는 마곡 지구에 들어설 오피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번 계약이 마곡지구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관련 시장에 적잖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DL 이앤씨가 현재 사용 중인 서울 종로구 평동 ‘돈의문 디타워’에서 사옥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 큰 폭의 임대료 인상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스자산운용,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파격적 조건 제시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L 이앤씨는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원그로브로 사무실을 이전하기로 확정하고 최근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앤씨 이외에 돈의문 디타워에 있는 DL, DL케미칼, DL에너지 등 다른 계열사는 종로구 수송동 사옥으로 옮기기로 했다. 


원그로브는 전체 시설(연면적 기준·46만 3000㎡·약 14만여 평)의 67%에 달하는 30만 9000여㎡(약 9만 3000여 평)가 업무시설인 초대형 복합업무시설. 지하 7층~지상 12층, 4개 동 규모로, 마곡지구에 조성될 오피스 단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DL 이앤씨는 이 가운데 5개 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DL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층 별로 전체 면적을 다 쓰지 않고 부분적으로 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L 이앤씨의 임대 조건은 월 임대료(3.3㎡ 기준) 9만 8000원, 관리비 3만 7000원, 렌트 프리(Rent-free) 연 3개월이다. 전용률 47%를 감안하면 실질 임대료는 23만 원 수준이다. 이는 이사비 및 인테리어 지원비 등 임차인 인센티브(TI)가 제외된 금액이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과 DL그룹은 TI 부분을 협의하고 있으며, DL이 원그로브에 입주하는 첫 대형 임차인이어서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TI와 공사기간 중 임대료 면제 등을 감안한 실질 임대료는 18만원 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는 광화문 일대 도심업무 지구(CBD) 주요 프라임 빌딩 실질 임대료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2023~2024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 기준으로 CBD 주요 프라임 빌딩 실질 임대료는 30만~44만 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경제 및 부동산 경기의 침체 상황과 마곡 지구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대규모 오피스 공급 물량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곡 특별 계획구역(CP) 1지구와 3지구에서도 초대형 오피스가 임차인을 찾고 있다”며 “CP 4지구에 위치한 원그로브의 소유주, 이지스자산운용이 초기에 대형 임차인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에 초점 맞춘 경영 전략도 본사 이전 결정에 영향

DL 이앤씨가 5년 넘게 사용하던 돈의문 디타워에서 2027년까지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본사 사옥을 이전한 데에는 임대료를 현재보다 50% 인상해달라는 NH농협리츠운용의 요구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NH농협리츠운용은 지난해 11월 디타워 돈의문을 8953억 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건물 초기 입주자로서 혜택을 누린 DL 측에 월 20만 원 수준의 임대료를 30만 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등으로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영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2025년 신년사를 통해 “건설업의 위기는 현금 유동성 악화로부터 시작되고, 손실을 막아내지 못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며 “올해 사업 추진 시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판단하되 불요불급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