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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건설과 태영건설의 엇갈린 운명을 정한 3가지

도급 순위 15위 VS 58위라는 체급 차이 채권단의 회생 의지와 우량 자산 보유 여부 위기에 처한 두 회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시각

2025-01-07 08:38:29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또다시 작동한 대마불사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우선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의 크기가 달랐다. 일종의 대마불사론이다. 신동아건설은 도급 순위가 58위인 중견업체이다. 반면 태영건설은 15위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이다. 


수분양자나 PF 사업장, 협력업체 등의 수에서도 두 기업은 차이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분양보증 가입주택은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등 모두 7개 단지 2899세대. 보증금액은 총 1조 1695억 원. 반면 태영건설은 전국 22개 단지에서 1만 9869세대를 분양 중이었고, 이 가운데 HUG 보증물량은 14곳(1만 2395세대)이었다.


PF사업장 수도 신동아건설은 13곳, 태영건설은 60곳이나 된다. 특히 자체 시행이 절반에 가까웠던 태영건설과 달리 신동아건설은 자체 시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수도 신동아건설은 250여 개 정도로 추정되지만, 태영건설은 580개가 넘었다.


소나기 피할 우산이 운명을 갈랐다

두 번째는 소나기(위기 상황)를 피할 우산(보호막)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여기에는 주채권은행의 적극성과 기업 회생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매각할 우량 자산이나 계열사의 보유 여부가 포함된다. 


태영건설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멱살을 끌고 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워크아웃 개시 때부터 전반적인 과정을 주도했다. 그 결과 중단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31일 주식 거래가 재개됐고, 지난달에는 공사비 1280억 원 규모의 주택 재개발 사업을 따내며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워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됐고, 주채권은행과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결국 법정관리 행을 택했다.


자구 수단으로 활용할 우량자산과 계열사도 태영건설은 많았지만 신동아건설은 부족했다.


태영건설은 2023년 말에 태영인더스트리와 평택싸이로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지난해 7월에는 블루원 소유 골프장 전체를 팔았고, 8월에는 환경 관련 알짜배기 회사인 '에코비트'를 사모펀드 IMM 컨소시엄에 넘겼다. 


반면 신동아건설은 자구책으로 활용할 만한 자산이 별로 없다. 2019년 11월 9년 4개월 여에 걸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가까스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상태로 자산을 축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PF 위기론 확 VS 질서 있는 연착륙 가동

건설업계 위기를 대하는 정부의 변화된 입장도 두 기업의 운명을 엇갈리게 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23년 말은 PF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때였다. 국내 PF 규모가 2020년 말 93조 원에서 2023년 말 135조 원으로 3년간 45%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채권 시장이 경색됐던 시기다. 건설업계에서는 전체 PF의 절반 가량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대두됐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태영건설이 부도 및 법정관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태영건설 회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5월 ‘질서 있는 연착륙’을 목표로 하는 PF 종합대책까지 내놓았다. 핵심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정상 PF 사업장은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정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신동아건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이같은 대책의 연장선에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동아건설이 비상장사인 데다 회사채나 PF 유동화 증권 발행 물량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기초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사업을 크게 벌리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