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삼부토건, 2번째 법정관리 가게 된 까닭은
2015년 이후 7차례 최대 주주 교체에 영업 부진 직격탄 6600억 대 채무 보증 잔액 대부분 중도금 대출 보증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업체 삼부토건이 24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건설업계에서는 ‘예상됐던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적자가 확실시되는 등 경영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부토건이 보유한 1500억 원대(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의 차입금과 6600억 원대(2025년 1월 23일 기준)의 채무보증 잔액이다. 특히 채무 보증은 대부분 아파트 등의 중도금 대출 보증으로서 적잖은 후유증마저 우려된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 신청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 24일 서울회생법원에 경영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이유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 면허업체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신 충남 부여 출신의 3형제(조정구 창구 경구)가 세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사명이 ‘삼부’로 지어졌다.
1965년부터 1977년까지 10년 넘게 건설업계의 업력을 보여주는 시공 능력 펑가에서 10위 이내에 머물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당시 경부고속도로와 마포대교, 서울지하철 1호선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토목공사에 참여했다. 장충체육관도 삼부토건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이후 사세가 줄어들면서 이런 영광들을 뒤로 한 채 최근에는 주로 1000억 원 미만의 도로 건설 공사나 300세대 미만의 중규모 아파트 건설 공사 위주로 사업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계속 바뀌는 등 풍파도 겪었다.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시작됐다. 2010년 6977억 9900만 원이던 부채가 이듬해 1조 5328억5900만 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여기에 경영권 다툼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이 지속되다 결국 2015년 법정관리를 받으며 창업주 가족과 이별하게 된다.
이후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2016년 3월 제3자배정 증자로 최대주주가 남우관광(지분율 13.1%)으로 변경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동부생명으로 다시 바뀌었다. 2017년 9월에는 DST로봇(현 휴림로봇)으로, 2018년 9월에는 우진인베스트사모투자합자회사으로 다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DST로봇은 당시 2대 주주로 물러났다가 2019년 2월에 다시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2022년 4월 삼부토건 창업주 일가의 가족회사인 휴스토리가 최대 주주가 됐지만, 1년도 안된 이듬해 2월 현재의 최대 주주인 디와이디로 넘어갔다. 디와이디는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화장품 브랜드 운영사이다.
이처럼 잦은 경영권 손바뀜은 영업 부진으로 이어졌다. 회사 영업 성적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지난해에도 3분기(7~9월)까지 678억 원의 누적 손실을 보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삼부토건은 지난 연말 경기 남양주시 덕소1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 HMG에 1300억 원에 매각하며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동성 악화가 계속되자 법정관리 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의 단기차입금 1223억 원
한편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삼부토건이 보유한 1500억 원대(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의 차입금과 6600억 원대(2025년 1월 23일 기준)의 채무보증 잔액 처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77억 3147만 원이며, 단기차입금이 77.6%(1223억 원)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100억 원 이상만 보면 △파주중앙새마을금고 등이 498억 원(연리 10.00~10.09%) △대신저축은행 등 284억 4516만 원(10.00%) △선도농협 120억 원(5.81~5.94%) 등이 있다.
여기에 채무보증 잔액은 11건에 무려 6642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담보대출과 사업비대출 2건, 275억 원을 뺀 나머지는 모두 중도금 대출 보증이다.
특히 지난 2023년 10월 준공된 경기 김포 구래동 지식산업센터(한강비즈니스나인)에는 무려 1461억 3000만 원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책정돼 있다. 공급 과잉의 여파로 2022년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된 지식산업센터들이 고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보증을 청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