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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2010년대초 건설사 해외 사업 부실 ‘데자뷰’

중동 및 저개발 국가 대형 플랜트 사업 저가 수주 여파 코로나 사태로 공사비 급증 & 공사기간 연장 겹쳐 손실 눈덩이 사업장 별로 15~20% 손실 발생, 수익성 중심 수주 필요

2025-01-24 07:27:20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현대엔지어링과 현대건설이 해외 사업장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2024년 영업이익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2010년대 초/중반 조 단위의 해외 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했던 ‘빅 배스’(Big Bath)의 악몽이 재연됐다. 주로 중동 및 저개발 국가의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무리하게 저가(低價)에 수주했다가, 공사비 증가와 공사기간 연장으로 막대한 적자를 본 것이다.


10년 만에 똑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은 실망감이 컸다. 다만, 상장사인 현대건설은 그동안 잠재 부실 우려로 주가가 추락하다가, 영업 적자 발표 이후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냈다”는 안도감에 크게 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사우디 사업장 부실화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에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이후 수주한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손실을 4분기에 1조원 이상 반영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른 건설회사와 달리 그동안 해외수주에 적극적이었다. 2022년에만 15조2340억원 공사를 신규 확보했고, 2023년에도 14조9910억원을 따내 수주 잔액이 3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주 구성은 현대건설 38.6%, 정의선 회장과 현대글로비스 각각 11.7%, 기아㈜와 현대모비스 각각9.3%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 주주(20%)이기도 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고리 역할을 맡아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무리한 수주한 저가 플랜트 건설 사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SK/GS/대림건설, 2010년대 초반 Big Bath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9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와 멕시코 등에서 한국 건설회사끼리 수주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당시 중동 국가들은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원유를 가공한 석유화학 제품을 비싸게 수입하는 바보짓을 그만해야 한다”며 직접 석유화학 플랜트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 건설사들이 뛰어든 것이다. 


결과는 비참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1조280억원, 2015년 1조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와 이라크와 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2013년 93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SK건설은 사우디 가스플랜트 공사의 부실화로 2013년 4분기에 3196억원의 영업적자를 신고했다. 대림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건설사들도 해외 사업장의 추가 비용 발생에 따른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로 해외 사업은 매출이 아닌 수익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주 잔고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회사 관계자는 “해외 저개발 국가는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서 공사비용 증가와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수주한 사업장은 손실률이 15~2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