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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N타워 셰어딜 매각으로 꿩 먹고 알 먹은 KB금융그룹

KB부동산신탁, AUM 지키며 운용 수수료 확보 KB은행, 빗썸 예치금 2.5조 확보 & MZ 고객 확보 빗썸, 숙원 사업인 사옥 확보 고민 해결

2025-02-14 09:20:29황재성js.hwang@corebeat.co.kr

KB부동산신탁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N타워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셰어딜(Share Deal)로 매각을 추진하자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월5일로 예정됐던 공개경쟁 입찰을 갑자기 취소하는 등 정상적인 매각 절차에서 벗어난 데다 매매가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빗썸이 2월에 KB국민은행을 원화 입출금 제휴 은행으로 선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이 빗썸의 2조 5000억 원 규모의 고객 예치금을 확보하고 2030세대 중심으로 신규 고객을 늘리는 등 상당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그룹 차원에서 강남에서 사옥 구하기에 애를 태웠던 빗썸에 강남N타워를 수의계약과 셰어딜로 매각함으로써 화답한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한다.

관련 업계, 강남N타워 셰어딜 정상적이지 않다 불만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케이비강남오피스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1호 리츠)를 통해 보유 중인 강남N타워를 빗썸에 매각하면서 자산 전체를 파는 ‘애셋딜(Asset Deal)’이 아니라 1호 리츠의 지분을 파는 ‘셰어딜’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 5일로 예정됐던 입찰은 전격 취소했다.


이번 조치로 1호 리츠는 그대로 유지되고 주주만 바뀌면서 자산관리회사인 KB부동산신탁은 운용자산을 그대로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매각주관사(쿠시먼앤웨이크필드)를 통해 현장 투어와 자산매입 검토 작업까지 완료한 잠재 매수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수의계약 형태인 셰어딜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KB부동산신탁이 셰어딜을 진행할 계획이었다면 ⓵공매 입찰 공고 전 주주 동의를 받아 셰어딜을 진행한 뒤 매각이 안될 때 공매 입찰을 진행하거나, ⓶공매 입찰을 먼저 진행한 이후 유찰된 때 셰어딜을 진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4400만 원(3.3㎡ 기준) 수준으로 알려진 매매가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도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강남N타워보다 입지 경쟁력이 다소 약하다고 평가받는 엔씨타워1이 지난달 4750만 원에 공개 입찰을 통해 매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N타워(준공시기·2018년)는 엔씨타워1(2008년)보다 10년 뒤 지어진 신축 건물이고, 역삼역 주변에 위치한 강남N타워가 삼성역에 가까운 엔씨타워1보다 입지 선호도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이번 거래로 강남N타워는 최소한 540억 원가량을 포기한 셈”이라고 말했다. 엔씨타워1(4750만 원)보다 매매가가 350만 원이 낮아진 탓에 강남N타워의 연면적(5만 1126㎡·1만 5466평)으로 환산한 금액만큼 전체 매매가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빗썸, 지난달에 '원화 입출금 제휴' 계약

빗썸과 KB부동산신탁의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지난달에 가졌던 ‘빅딜’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빗썸은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3월 24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원화 입출금 제휴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또 “1월 20일 오전 9시부터 KB국민은행 계좌 연결 사전등록을 개시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관련 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제휴 은행은 NH농협은행이었다.


이번 거래를 통해 KB국민은행은 고객 예치금 운용 수익과 상당한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는 고객의 투자 예치금을 제휴 은행과 신탁을 맺고 모두 맡겨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거래소 업계 2위 빗썸의 예치금 규모는 1월말 기준 2조 5000억 원이 넘는다. 


KB국민은행은 예치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하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또 빗썸 계좌에 입/출금이 발생할 때마다 이용 수수료도 받는다.


모객효과도 예상된다. 실제로 빗썸 계좌 연결 사전등록이 실시된 20일 하루 동안 KB국민은행에 개설된 신규 계좌는 무려 2만 건이 넘었다. 이전까지 국민은행의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3000~4000건에 불과했다. 무려 5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빗썸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하면서 다른 금융 상품 가입을 유도할 기회도 얻게 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가 대부분 2030세대인 점을 고려할 때 KB국민은행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