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삼표 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의 3대 관전 포인트

서울시, 19일 개발사업에 필요한 ‘사전협상’ 완료 선언 레미콘공장에서 77층 높이의 초고층 복합 업무시설로 변신

2025-02-20 08:32:36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서울시가 19일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이하 삼표 부지) 개발을 위한 사전협상을 끝냈다고 발표하면서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변 골재를 활용한 레미콘공장을 거쳐 임시 문화공연장으로 사용 중인 땅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초고층 마천루가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초고층 빌딩사업에 대한 해묵은 숙원을 해결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삼표 부지 개발을 이끌어갈 삼표산업과 현대자동차그룹은 혼인으로 엮인 특수관계이다. 


최근 치솟는 공사비 등을 고려할 때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를 요구하는 프로젝트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해 추진돼온 이번 프로젝트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대차, 삼표 부지 개발 참여로 초고층 빌딩 숙원 풀까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19일 성동구 성수동 1가 683번지 일대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 관련 사전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사전협상은 5000㎡(1512평) 이상의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때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민간사업자가 협상을 통해 도시계획 변경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제도이다.  5차례에 걸친 사전협상을 통해 용적률과 건폐율, 건물 규모 등이 정해졌고, 사업자가 내야할 공공기여금도 6054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사업자인 ‘SP성수PFV’는 2만8106㎡(8502평) 부지에 77층, 360m 높이에 연면적 44만 8000㎡(약 13만 5000평)이 넘는 초대형 복합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됐다. SP 성수 PFV는 지분 95%를 삼표산업이 갖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이다. 


사업부지는 삼표그룹의 전신인 강원산업그룹이 1977년부터 레미콘공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이 땅의 소유주는 삼표그룹의 전신인 강원산업그룹이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강원산업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인수되면서 소유권이 넘어갔다. 강원산업 계열사였던 삼표산업은 부지를 임차해 레미콘공장을 계속 운영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보유한 삼표 부지에 11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사 사옥 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시장이 2013년 초고층빌딩은 도심과 부도심지역에만 건립할 수 있게 하는 ‘초고층 건축관리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현대제철은 결국 2022년 삼표에 해당 부지를 매각한다.

현대차는 대신 2014년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7만 9342㎡·2만 4000평)를 10조 5500억 원에 사들인다. 당시 매매가가 감정가(3조 3000억 원)의 3배가 넘는 것이어서 화제가 된 ‘빅딜’이었다.


현대차는 이곳에 105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 1개를 짓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이에 지난해 2월 높이를 55층, 2개 동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 수정을 추진했다가 서울시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하지만 105층 건물 건설에 따른 부담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21일 다시 54층, 3개 동을 건설하는 내용으로 개발계획 변경제안서를 만들어 서울시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거 이력들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에 삼표 부지 개발사업은 놓치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그룹이 혼인으로 얽혀있는 관계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맏사위이다. 또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 사이이다.


치솟는 공사비와 조기 대선 리스크는 걸림돌

서울시는 “사전협상을 토대로 지구단위계획 결정 등 법적 절차를 거쳐 구체화한 계획이 만들어지면 민간사업자는 건축위원회 심의와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며 “착공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일정에 최근 치솟는 공사비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주요 원자재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잿값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27.6% 올랐다.


고물가 기조에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시중노임단가는 27만 4286원으로 2021년 9월 대비 16.31% 증가했다. 인건비는 공사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50층, 200m를 넘는 초고층 빌딩의 경우 공사비가 일반 빌딩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라 50층 이상이면 30개 층마다 대피층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 대피층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비워둔 형태여서 그만큼 비용이 늘어난다.


공사 기간이 긴 것도 건축비 증가의 또다른 요인이다. 30층 이하는 평균 2년 정도 걸리지만 30층 이상이면 30개월(2년 6개월), 50층 이상은 40개월(3년 4개월)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조기 대선 가능성도 우려 요소다. 삼표 부지 개발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3월 유럽 출장에서 청사진을 밝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이다. 유력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오 시장이 대선에 나서게 된다면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