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업계동향

현대건설의 공격적인 행보에 엇갈리는 시선

도심 부동산 개발사업 조기화 위해 파격적인 조건 제시 수천억 자금 보증에 미분양 물량 책임 보증까지 내걸어 유동성 부담 최소화 방편 VS 자금 악화시킬 부머랭 우려

2025-04-07 08:45:05황재성js.hwang@corebeat.co.kr

현대건설이 최근 공격적으로 도심 부동산 재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수천억 대 자금 보증을 약속하고, 미분양 물량을 책임지겠다는 확약까지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부담을 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행보가 장기화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자금 부담을 악화시키는 부머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신용평가업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초 본공사를 시작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에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면 일부를 매입해 주기로 약속했다.


CJ공장 부지 개발사업은 대지면적 9만3683㎡(2만 8339평)에 총 3개 블록 지하 7층~지상 14층, 연면적 76만 4382㎡(23만 1226평) 규모의 복합 업무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는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매입을 약속한 것은 지식산업센터이다.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만기일까지 팔리지 않는 물건이 나올 경우 대주단이 요구하면 현대건설은 미분양 물량을 전부 사들여야만 한다. 


현대건설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후순위 자금 1조 2000억 원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해줬다. 그 결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건설 우발채무 규모는 1조 8060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이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중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부지 개발사업에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24일 만기인 브릿지론을 8월로 연장하면서 이자 지급 보증을 선 데 이어 본 PF 모집을 위해 신용 보강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1차 본 PF의 후순위 채권(2000억 원)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중순위 채권 7000억 원에 대해서도 23개월 내 ‘책임 착공 미이행시 채무인수’ 약정을 맺기로 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이마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용산구 이태원동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사업들의 건설공사를 연내 시작할 계획이다. 후순위 대출 연대보증과 미분양 물량 인수 약속 등과 같은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행보에 대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사업을 조기 확정함으로써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해당 사업 착공을 통해 고금리 브릿지론의 부담을 줄이고, 내년 이후 분양이 원활해지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발목을 잡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2월 발행한 평가보고서에서 “분양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착공 현장 및 비주택 사업장과 관련한 부담이 내재하고 있다”며 “위험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