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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PFV 지분 인수 이유는

공매 통해 인수하면 그룹 평판 훼손 우려해 결정 만기 연장시 3순위 채권자부터 기존 후취 이자 대폭 삭감

2024-08-05 08:39:46

신세계프라퍼티가 하이퍼청담PFV 지분을 인수하면서 프로젝트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 앞으로 설계변경과 건축 인허가, 본 PF전환 등의 과정이 남았지만, 신세계의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감안할때 위험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본업인 이마트와 e-커머스 사업 부진과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프라퍼티는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이퍼청담 프로젝트는 그동안 브릿지 대출 만기 연장 여부 및 이를 위한 사업성 판단을 놓고 부동산 시행사와 대주단의 갈등이 심했다.

하이퍼청담 프로젝트 진행 경과

하이퍼청담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금융 당국의 고민거리였다. 부동산 개발 및 시행 1세대인 ㈜미래인은 2021년 서울 청담동의 고급 이미지, 한강 조망권, 뛰어난 교통 조건을 내세워 평당 1억원이 넘는 고급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는 계획으로 2021년 해당 부지를 약 4100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브릿지 대출을 받아 옛 프리마호텔을 인수했으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으면서 사업이 흔들렸다. 게다가 1순위 최대 채권자는 1800억원을 빌려준 새마을금고중앙회였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 이슈 및 내부 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2023년 7월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새마을금고는 선순위 브릿지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만기가 돌아올 때 연장하지 않고 회수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이퍼청담은 단일 사업장 대출로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사업장이어서 대출 회수의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대형 사업장 PF가 한번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이것이 금융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브릿지 대출 만기는 2023년 9월에서 12월말로 연기됐고, 12월에는 프로젝트가 서울시 혁신 디자인 공모 대상으로 선정돼 용적률이 420%에서 599%로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보강돼 다시 2024년 5월로 연장됐다. 하지만 대주단은 시행사의 자금력과, 아무리 청담동이지만 평당 1억원이 넘는 오피스텔이 분양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강했다. 몇 년 전부터 오피스텔 가격이 급격히 빠지면서, 서울 강남에서 고급 오피스텔을 추진했던 사업장들이 모두 오피스 건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왜 공매를 택하지 않았나

대주단은 브릿지 대출 만기가 2024년 5월 중순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시행사가 4월 이전까지 본 PF 대주단을 모집하지 못하면, 기한이익 상실(EOD)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정리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시장에 충격은 주겠지만, EOD 발생 이후 3개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공매가 이뤄지고, 가격은 상당히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4월에 신세계프라퍼티가 갑자기 등장해 PFV 지분 인수 방식으로 프로젝트 인수를 제안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부동산 및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하이퍼청담 부지가 공매로 나왔을 때 신세계가 인수했다면, 지금보다 최소한 20~30% 이상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데, 왜 지분 인수 방식으로 기존 브릿지론을 모두 떠안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퍼청담은 입지가 좋아서 공매가 진행되면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어 신세계가 낙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회사 고위 인사는 “신세계가 공매를 통해 부지를 싸게 사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원금 손실이 발생한 금융권의 불만이 매우 컸을 것”이라며 “신세계 최고 경영진이 그룹의 평판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공짜는 없다. 3순위 채권자부터 이자 대폭 감면

브릿지 대출 만기 연장은 대주단 4분의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신세계는 만기 연장을 위해 연체된 후취 이자를 모두 지급했는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1순위 채권자는 10.5% 금리를 유지했으나 2순위부터는 금리를 깎아서 지급했다. 


2024년 5월16일부터 적용되는 연장 금리는 1순위 7.5%(12개월 이후는 8.0%), 2순위 7.2%, 3순위 6.8%, 4순위는 6.0%, 5순위 5.0%, 6순위 4.0%로 조정했다. 일반적으로는 후순위 대출의 원금 회수 리스크가 더 높기 때문에 금리도 더 높은데, 정반대인 것이다. 


프로젝트가 좌초돼 공매에 들어갈 경우, 3순위 채권자부터는 원금 회수율이 사실상 ‘0’에 가깝기 때문에, 신세계는 후취 이자를 지급하며 프로젝트를 살리는 대신 후순취 채권자들의 금리를 깎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3순위 이하 채권자들은 금리는 낮지만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앞으로 프로젝트가 살아나 본 PF로 전환되면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프로젝트 인수로 후순위 채권자들은 사실상 원금을 100% 회수할 수 있게 돼 이자 삭감에 대한 불만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