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series • 서울 오피스 공급 과잉 이슈

(오피스 공급폭탄 시리즈 2)

서울시 고밀도 개발 정책이 핵심 원인 이례적으로 낮은 공실률에 투자자금 몰려

2024-08-05 08:36:54신치영chiyoungshin@corebeat.co.kr

오피스 시장 호황에 투자 줄이어

서울에 2029년까지 200만 평이 넘는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상업부동산 시장 흐름의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피스 과잉공급에 따라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임대료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공실이 늘어나면서 빌딩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처럼 시장에 오피스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미국 유럽 등 해외와 달리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이 자연공실률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기관투자 자금이 몰리고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앞다퉈 오피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2023년 1분기~2024년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88%로 집계됐다. 최근 5년(2019년 1분기~2024년 1분기) 평균인 4.81%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통상 상업용 부동산의 자연공실률을 5%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공실률에도 못 미친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급등하면서 오피스를 주거시설로 변경하는 움직임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오피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오피스 시장으로 막대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 시장의 활황만으로는 오피스 '공급폭탄'을 설명할 수 없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금융비용도 마찬가지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서울시 고밀도 개발 정책 덕분에 개발이익 급증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례 없는 대규모 오피스 공급은 서울시 정책 기조 변화 때문이다. 도심 고밀도 개발을 위해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는 서울시 정책은 오피스 개발 열풍에 불을 지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늘리기 위해 오피스 빌딩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 추진 시 지상에 공개 공지를 조성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인 ‘2030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서울도심 기본계획을 고쳐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예를 들어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특별지구로 지정해 허용용적률을 800%에서 1000%로 높여주고 공개 공지 제공 등을 통해 500%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해 150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건물 높이 제한도 대폭 풀어줘 최고 90미터였던 서울 도심지역의 높이 제한을 풀어 200미터를 넘겨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세운지구 3-8·9·10의 경우 오세훈 시장 취임 이전 90미터로 계획됐던 건물 높이가 203미터로 높아졌다.


이 같은 서울시의 고밀도 개발 움직임에 따라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혜택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과 GS건설이 연면적 4만평 규모의 37층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하는 세운5-1·3지구의 경우 서울시와 중구청은 지난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통해 1503%의 용적률을 허용해줬다. 이에 앞서 중구청은 세운5-1·3지구의 용도지역도 일반상업지역을 중심상업지역으로 변경했다.


힐튼호텔을 재개발하는 양동 4-2·7지구도 개방형 녹지 조성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1079%의 용적률을 받았다. 기준용적률 600%에 △녹지 생태공간 조성을 통해 100% △친환경 개발 50% △공공시설 등 제공 179% △공개공지 초과조성 150% 등 479%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현재 힐튼호텔의 용적률은 356%에 불과하다. 힐튼호텔과 통합 개발하는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도 서울시는 6월20일 1166%의 용적률을 허용하는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의 현재 용적률은 각각 779.3%, 680.9%다.


이처럼 용적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을지로3가역 인근 수표지구에는 33층 규모의 업무시설과 공구상가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산업시설을 짓고 있다. 서울시가 개방형 녹지와 고밀도 개발 정책을 확정한 후 수표지구의 용적률은 지난해 6월 742%에서 1178%로 높아졌다.

상업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인 이도가 용적률 상향조정을 위해 오랫동안 서울시를 설득해왔다”며 “용적률 상향조정으로 건축 연면적이 3만5000평에서 5만2000평으로 늘어나고 빌딩 가치는 1조4000억 원에서 2조1000억 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