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벤처 요람 GBD...현실화하는 수요 위축
꽁꽁언 벤처투자...중소형 빌딩 위주로 공실 늘어나 뤼이드, 파르나스에서 삼성생명 대치타워로 이전하기도
위축된 벤처캐피탈 시장...중소규모 공실 늘어나
투자 위축 속에 벤처기업의 요람인 강남권역의 오피스 임대 상황이 수요 위축이라는 낯선 풍경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금이 몰리며 펀딩 회차마다 막대한 돈이 쏠렸던 호시절이 막을 내린 가운데 강남 오피스 임대시장도 중소형 위주로 공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IB업계에 따르면 올들 어 강남지역(GBD)의 공실이 중소규모 평형 위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몇년동안 강남권역에 신규공급이 제한된 여건 속에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벤처기업이 주로 임차하고 있는 중소 규모의 오피스 빌딩은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T업계의 중심지인 GBD의 공실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주요 대기업, 외국계 기업의 대체 임차인이었던 IT 스타트업들이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23년 3월 10일 자산 규모로 미국내 16번째 순위를 기록했던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된 이후 가시화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이었던 SVB는 해당 지역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성장, 파산에 따른 여파는 주로 벤처기업들에 더 컸다. 국내에서 SVB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금융회사가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이 사태 터지기 전부터 투자 혹한기에 들어간 국내 스타트업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사건이었다는 평가다.
얼어붙은 벤처투자시장은 벤처캐피탈 업계의 실적 악화를 불러오면서 투자시장의 불황을 더 깊게 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투자실적이 ‘0’인 벤처캐피탈만 60곳에 달하며 올해 자본잠식에 빠져 경고를 받은 곳은 6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등록 벤처캐피탈도 줄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신규등록 벤처캐피탈은 6곳에 그쳤다. 2022년 42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파르나스타워에서 삼성생명 대치타워로 옮긴 뤼이드
이러한 변화는 벤처기업의 임대차 상황에 직격탄을 날렸다. 펀딩 환경이 좋았을 때 시리즈마다 막대한 자금이 쏟아지며 기업 밸류를 높게 받았던 벤처기업은 강남 주요 권역 사무용 오피스의 상당 면적을 임차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교육관련 서비스 업체인 뤼이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손정의 비전펀드로부터 시리즈D투자로 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 받았다. 당시 뤼이드의 재무제표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8000억 원 수준을 인정 받은 것으로 교육분야에서 예비 유니콘으로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이 회사는 KDB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로부터 이미 5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100대 AI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유망 스타트업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비전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은 뤼이드는 그해 강남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기록하고 있는 파르나스타워 10층 전체를 임차했다. 2021년 당시 전용 평당 임대료(NOC)가 평당 4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현재는 45만원까지 올랐다. 당시 뤼이드는 파르나스 타워 임차 사실을 채용 공고 제일 앞 부분에 게재하며 서울 최고의 오피스 입지와 시설이라고 홍보하며 구인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은 투자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이 77억 원으로 이전 해의 50억 원보다 늘었지만 기업밸류에 걸맞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영업손실은 270억 원으로 전년의 421억 원에서 큰 폭으로 줄었지만 수익성 향상이라는 숙제는 여전한 과제다. 그러다 보니 기업 실적에 걸맞지 않는 오피스 공간이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 파르나스타워 임차가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변했다. 결국 뤼이드는 올해 선릉역 근처 삼성생명 대치타워 19층으로 이사갔다. 상당 수준의 임대료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에서 전해진 소식은 최근 벤처기업의 임차 상황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11번가는 지난 6월 2017년부터 5개층을 임차해 오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의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회사는 기존 사무실에서 나와 KRX 광명역 인근의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9월 입주다. 이 빌딩의 NOC 수준은 전용면적당 17만원대로 서울스퀘어의 35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회사는 현재 재무적 투자자들이 주체가 돼 매각을 추진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GBD 지역에서 전용면적 1000평 (임대면적 약 2000평)이상으로 공실이거나 공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형급 빌딩이 7개 정도로 파악되고 그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BD 임대료 떨어지고 공실률은 오르고
자금 줄이 마르면서 벤처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첫번째 옵션인 사무실 축소 및 이전은 GBD지역의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상승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코보리얼코에 따르면 2분기 강남권역의 경우 홍우빌딩, 논현빌딩, KR타워 등 연면적 5000평 대인 C급 빌딩의 임대료가 큰 폭으로 떨어져 권역 전반의 임대료가 분기 대비 3.55% 하락하는데 영향을 줬다. 프라임급의 경우 임차 수요가 이어지며 여전히 0%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형 빌딩의 경우 공실률이 오르면서 신규 임차인 찾기가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알스퀘어의 자료에도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2분기 기준 GBD내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7%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직전 분기보다 0.3%P가 올랐다. 이 수치는 전체 면적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표본을 연면적 1만평 이상인 대형 오피스를 제외하고 중소형으로 한정할 경우 공실률 수치는 더 올라간다. 중대형, 중형, 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각각 4.4%, 4.0%, 5.0%로 서울 주요 오피스 3대 권역 가운데 빌딩 규모 사이의 공실률 격차가 가장 컸다.
외신을 타고온 뉴스도 벤처기업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과학기술 중심인 중관춘(中关 村)에 본사가 있던 숏폼소셜 미디어인 TikTok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올해 10만제곱미터에 달하는 사무실 공간을 비웠다.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이징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22%로 2018년 공실률의 3배, 평균 임대료는 1제곱미터당 월 283.3위안으로 2018년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상하이 상황도 마찬가지로 시장 임대료는 계속 하락해 1분기 상하이 A급 오피스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0.7% 하락한 1제곱미터당 월 266위안까지 떨어졌다.